"비용 부담 줄이자" 타운 식당들 메뉴 줄인다
LA 한인타운에서 점심 약속을 한 이수아(38)씨. 팬데믹 이전 자주 가던 식당에서 10년 넘게 먹던 런치 스페셜 메뉴를 찾을 수가 없었다. 식당 측은 식자재 비용과 임금 인상에다 직원은 부족한데 투고 주문이 너무 많아 점심 메뉴를 모두 없애고 도시락 메뉴만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인타운에서 일하는 김하준(40)씨는 “회사 인근 단골식당이 김치찌개, 전골류 메뉴를 모두 없앴다”며 “점심에 문을 닫는 식당이 늘고 있고 그나마 연 식당에서도 런치스페셜 메뉴 찾기가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한 바비큐 식당은 바비큐 외 제공하던 점심 메뉴를 모두 없앴다. 역시 직원이 부족하고 식자재비용이 너무 올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식당 관계자는 “일반 식재료는 물론 고기 가격도 20~30% 상승하고 주방과 서빙 직원 구인이 힘든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이전 같은 점심 메뉴를 유지하면 음식이 나오기까지 1.5배 시간이 걸려 결국 고객에게도 피해”라고 설명했다. 인플레이션과 구인난 탓에 메뉴 숫자를 줄이는 것은 한인타운 요식업계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추세다.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외식업계에 대한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 1년 동안 5.8% 상승해 1982년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소비자물가 지수 상승이 식자재 비용과 인건비에 민감한 요식업계 운영에 부담을 주면서 비싼 식재료와 조리시간이 긴 메뉴가 메뉴판에서 사라지고 있다. 4800개 이상 메뉴를 연구한 시장조사업체인 데이터센셜에 따르면 올해 식당의 60%가 메뉴를 줄였다고 보고했다. 특히 참치, 스테이크, 연어 같은 비싼 식자재를 사용하는 고급 식당 경우 메뉴 숫자가 23%나 감소했다. 베버리힐스 인근 한 고급 레스토랑도 25개가 넘는 메뉴를 제공했지만 최근 절반으로 줄였다. 팬데믹 이후 식당 메뉴 트렌드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점심 메뉴는 줄이고 애피타이저나 디저트 메뉴에 집중하고 있다. 일부 식당은 개수를 줄이고 고급 메뉴를 넣어 매출을 늘리는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 식당은 아예 70여종의 와인에 캐비아, 트러플, 굴 등 비싼 재료로 구성된 24가지 요리를 서비스하는 고급 음식점으로 전환했다. 훈제 쇠고기, 갈비찜, 쌀국수는 24달러에서 두 배 이상 가격을 인상했다. 식당 관계자는 “팬데믹동안 투고 중심으로 영업하면서도 향후 대면 식사를 위해 메뉴를 개발했다”며 “실내영업이 시작됐지만, 식자재 비용 증가와 직원 부족으로 결국 영업 중심의 실용적인 메뉴만 제공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식당 메뉴는 경제 상황에 따라 확장 및 축소되는 경우가 많다. 데이터센셜에 따르면 2009년 경기침체가 시작된 후 많은 식당 메뉴가 줄었지만, 비즈니스가 회복되면서 다시 늘어났다. 메뉴 수는 해마다 약 10%씩 증가 또는 감소할 수 있지만 대부분 식당은 메뉴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은영 기자메뉴 비용 메뉴 고급화 런치스페셜 메뉴 점심 메뉴